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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의 세계

눈 떠보니 바다 위 01 본문

눈 떠보니 바다 위

눈 떠보니 바다 위 01

에마마 2018. 3. 3. 07:18
눈 떠보니 바다 위, 해적AU


w. 에마마


01.


눈을 떠보니 낡아빠진 배 갑판의 위였다. 울렁이는 느낌의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나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평소 꿈을 자주 꾸지 않아 그저 신기한 꿈. 이라고만 가볍게 여겼고, 뱃머리로 걸음을 옮겼다. 꿈이지만 생생히 느껴지는 바람과 간간이 튀기는 바닷물도,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도 선명했고,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뚫어주는 느낌의 기분이 좋았다. 그래, 방금 전까지는-


“꽤 예쁜 사내가 떨어져 한동안 의식이 없었다던데- 어때? 지금은 괜찮아 보이네”


뒤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놀라, 여전히 항해하는 배위에서의 바다 수평선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들려오는 소리에 당장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불안감의 그랬던 거였지만.


“얼굴 보고 싶은데, 뒤 돌아봐봐”

자는 모습도 예쁘던데, 빨리?


이어서 들려오는 사내의 말에 그는 ‘꿈 한번 뭐 같이 꾸네, 남자한테 이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하며 어차피 ‘꿈’ 이라는 생각으로 불림이 들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런-. 방금 전까지는 분명 저밖에 없던 갑판 위에는 저를 둘러싸고 험악하게 생간 사내들이 잔뜩 이었다. 죄다 얼굴과 몸엔 상처들과 옷이 찢어지고 더러워진 자국 투성이었다. 그들 가운데서 가장 무섭고, 긴 머리가 떡이져 보고만 있어도 구역질이 올라오는 차림을 한 사내가 아마 방금 전 제게 기분 나쁜 발언을 한 사람일 것이다.


아아, 정말 꿈 한 번 생생하다. 처음 눈을 떠서 봤을 때, 설마 했던 생각이 들어맞은 것이다. 해적엔 관심도 없는데..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야, 나는?


괜히 속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온통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뿐이었고, 이곳에서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제 앞에 남자들을 마주보고 서있는 것 밖에는-


“뭐야,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잖아?”

가장 무섭게 생긴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한 손에는 큰 맥주병이 들려있었고, 다 마셨는지 잔은 텅 비어있었다. 껄껄 웃으며 주변의 동료들에게 얼굴을 내밀어 신이 난 듯 웃어 보였다. 윽, 냄새 날 것 같아. 꽤 무례한 생각을 하며 아카아시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선장님께 보고 해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은 하나 둘 조금씩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그의 당황을 해 뒤로 물러날 곳을 찾으면 역시나 사방이 막혀 있었고, 아카아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말을 더듬으며 오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뭐, 뭡니까!! 다가오지 마세요!!”


나름의 방어였고, 외침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의 모습이 그저 지저귀는 소리에 불과했다.


킥킥, 그의 외침에 그를 제외한 모든 사내들은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 중 귀엽다며 놀리는듯한 소리도 얼핏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정말 기분이 나쁜 것인지 인상을 팍 굳히며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제가 상대할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았는지 날카로운 눈빛만 주고 다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기분 나쁜 꿈이야. 게다가 쓸데없이 모든 감각들이 선명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고, 젠장.


속으로 욕을 읊으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물러날 자리가 없었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제 발끝만 쳐다보는 아카아시였다. 그러던 중 이미 그에게로 슬그머니 다가온 두 사내가 그의 팔을 한쪽씩 잡아 올렸다. 덩치만큼이나 큰 키 탓인지 저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체구가 사내들의 의해 발이 허공으로 떴다. 그저 그들이 향하는 곳으로 끌려가야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짧게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2층의 맨 끝 방이었다. 지나온 방들과는 달리 문도 컸고, 분위기도 으스스한 게 더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의 느낌이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조심스레 묻는 아카아시를 한 남자가 내려다보더니 이내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두 번 노크하더니 곧 바로 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쏠림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 걸음 못 가 앞으로 넘어진 아카아시는 그들에게 한 마디 하려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고 온통 어둠뿐인 방은 바로 앞의 시야조차 보이지 않았다. 잔뜩 얼굴을 구기며 욕을 읊고 자리에서 일어나 제 옷을 털었다.


“ 드디어 깨어났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 누구야? 허공에 물음을 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고, 그렇게 그의 물음은 허공에서 흩어졌다. 동시에 뻘쭘함을 느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려는 찰나 방 안은 순식간에 환하게 불이 비춰졌다.


“네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이름이 뭐야?”



계속해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의 같은 자리를 빙 돌며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아보려 했지만 사람의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


“누구야?”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게 누굴까- 제대로 된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그리운 목소리의 얼른 그 얼굴을 보고 싶어 조금은 애가 타듯 다시 한 번 허공에서 물음을 외쳤다.


“나 여기 있어!!”


외침과 동시의 그의 옆에 멀뚱히 서 있던 금속 갑옷이 얼굴을 내밀며 삐걱삐걱 움직였다. 아카아시는 제 옆에서 움직이는 갑옷을 보고 놀라 짧은 탄식을 뱉었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그의 평정심을 돼 찾았다.


“놀랐지!”


이내 금속 갑옷 속, 사람은 갑옷의 머리를 들어 올리며 베시시 해맑게 웃어보였다.


“보쿠토상?!”


그리고 그 갑옷 속 주인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 때 같은 배구부였던 선배 보쿠토 코타로였다.



***



“ 보쿠토상이 왜 여기 계십니까?”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 동안 아카아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잠깐만.. 내가 무의식에 이 사람을 생각 했었나? 왜 꿈에서 나타나?


혼란에 빠진 아카아시를 멀뚱히 쳐다보던 보쿠토는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네가 누군데?”




..”


그의 물음에 꿈이어도 상하는 기분을,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방금 전까지 혼란스러워 하던 두 팔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꿈이잖아, 괜찮아- 그동안 연락하지 않은 것도 있고.. 꿈과 현실을 혼동하며 혼자 심각한 듯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보쿠토는 답답했는지 제 몸을 두르고 있던 갑옷을 벗어 던지더니 아카아시의 앞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푹 숙인 그의 얼굴을 제 상체를 숙여 보기도 했고 힘 빠진 그의 팔을 잡아 흔들어 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꾸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


이내 보쿠토는 크게 한숨을 푹 쉬더니 제 큰 손으로 아카아시의 얼굴을 감싸 눈을 맞췄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만나서 반가워!

우리 배에는 어떻게 들어왔어? 너도 능력 있다.


“보니까 너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네. 우리 애들이 너를 데리고 온 것도 아니라하고, 그렇다고 네가 자발적으로 들어온 것도 아닌 것 같아. 맞지?”


꿈속에서 마저 그의 자상함 학창 시절과 같은 자상 함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했으며 사랑스러웠다.


“네. 눈을 떠보니 바다 위였습니다.”


슬프지는 않았다. ‘꿈’이니까. 그가 나를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 꿈에서 깨어난다면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을 해볼까 한다. 목소리를 듣고 싶고, 나를 아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랑 같이 항해하지 않을래?”

“네가 마음에 들었어!”



꿈이었고,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꿈에서라도 이 사람의 얼굴을 실컷 보고 싶었다.


“좋습니다.”


꿈에서 깨어난다면 그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 1화 마침 -